
1. 송창현 사장 사임의 배경과 의미
1.1. 충격적인 사임 발표
송창현 사장의 사임은 현대차 내부뿐 아니라 관련 업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테슬라 FSD가 국내에서 본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 공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 사임 시점: 2023년 12월 3일, 테슬라 FSD 한국 출시 10일째 되는 날.
• 사임 직책:
◦ 현대차그룹 AVP(Advanced Vehicle Platform) 본부장
◦ 포티투닷(42dot) 대표이사
• 송창현 사장의 퇴임사: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마지막 이메일에서 사임 배경을 암시하는 이례적으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1.2. 성과 부재와 내부 갈등
2021년 현대차에 합류한 이후, 송 사장은 SDV 개념을 정립하고 미래차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3년간의 재임 기간 동안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 가시적 성과 부재: SDV 아키텍처, 플레이오스(PlayOS), 아트리아 AI 등 여러 청사진을 발표했으나, 실제 양산차에 적용되거나 시연 가능한 결과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 전문가는 “성과물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사실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 막대한 투자: 현대차그룹은 송 사장이 설립한 포티투닷에 총 1조 6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포티투닷은 인수 후 직원이 100명 미만에서 700명 이상으로 급증했으나, “돈과 사람을 끌어모으지만 결과물이 없다”는 의미의 ‘블랙홀’이라는 비판적인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 문화적 충돌: 외부 IT 전문가 출신인 송 사장과 수십 년간 하드웨어 중심으로 성장해 온 현대차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 간의 마찰이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30~40년 경력의 임원들이 즐비한 조직에서 3년차인 그가 사장 직책으로 조직을 이끄는 데에는 구조적인 어려움이 따랐다.
2. 현대차 자율주행 전략의 핵심 쟁점
송 사장의 사임은 그가 주도했던 기술 전략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테슬라 따라하기’로 비판받았던 비전 온리 접근법과 SDV 전환 과정의 구조적 문제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2.1. ‘테슬라 방식’ 추종 논란: 비전 온리(Vision-Only) 접근법
송 사장은 기존의 레이더, 라이더 등을 활용하는 다중 센서 방식 대신, 테슬라와 같이 카메라 센서만을 사용하는 ‘비전 온리’ 및 End-to-End(E2E) 방식의 ‘아트리아 AI’를 현대차 자율주행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전략은 여러 측면에서 비판에 직면했다.
| 쟁점 | 비판 내용 | 근거 |
| 초음파 센서 제거 | 좁은 공간에서의 주차 및 저속 기동이 잦은 한국 환경에 치명적인 오류. 초음파 센서 없이 정밀한 주차는 거의 불가능하다. | 테슬라 차량이 국내 주차장에서 주차 시 버벅거리는 현상을 보이는 반면, 초음파, 레이더 등 모든 센서를 활용하는 중국 전기차들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자율 주차를 수행한다. |
| E2E 기술 구현 가능성 | E2E 방식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GPU 인프라가 필수적이나, 현대차는 관련 인프라 확보가 미미한 상태였다. (최근 5만 장 확보 계획 발표) | 2027년까지 E2E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발표 당시부터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나”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고, 9개월이 지나도록 개발 진행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
| 전략의 일관성 부재 | “테슬라처럼 갑시다”라는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실행 계획(액션 플랜)이 부재했다. 심지어 중간에는 중국차 방식에 대한 검토 이야기도 나오는 등 방향성이 흔들렸다. | 내부에서는 “어떻게 가자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명확한 로드맵 없이 여러 자율주행 프로젝트(모셔널, 로보라이드 등)를 정리하며 역량을 분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
다만, 카메라 중심의 비전 센서로 전환하는 것 자체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현대차의 또 다른 자율주행 법인인 ‘모셔널(Motional)’ 역시 비전 센서 중심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방향성 자체보다는 실행력의 문제였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2.2. SDV 전환의 어려움: 폭스바겐 ‘카리아드(Cariad)’ 사례
현대차와 포티투닷이 겪은 문제는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유사한 목적으로 설립한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의 실패 사례는 레거시 자동차 제조사가 SDV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는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명확히 보여준다.
카리아드의 7가지 태생적 결함:
1. 과도한 규모와 무리한 속도: 대규모 자금과 인력을 단기간에 투입했으나, “노트북만 들 수 있으면 채용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비전문 인력이 급증하여 조직이 와해되었다.
2. 예산 통제력 부재: 모기업에서 예산을 받는 구조로 인해 독자적인 예산 집행 결정이 어려웠고, 이는 신속한 개발을 저해했다.
3. 과거 유산의 짐: 차세대 플랫폼 개발이라는 본연의 임무보다, 기존 브랜드들로부터 이관된 레거시 시스템 유지보수에 발이 묶였다.
4.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회사: 실제 코딩은 외부 협력사에 맡기고, 카리아드는 중간에서 관리 및 전달 역할만 수행하는 ‘경유지’로 전락했다. 개발자 대신 파워포인트 전문가만 늘었다는 자조가 나왔다.
5. 브랜드 간 갈등: 폭스바겐, 아우디 등 각 브랜드는 카리아드를 ‘하청업체’로 여겼고, 카리아드는 스스로를 ‘주도 조직’으로 인식하며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6. 실패한 관리자의 재등용: 기존 브랜드에서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는 관리자들이 카리아드의 리더로 오면서, 과거의 비효율적인 관료주의와 사내 정치가 그대로 이식되었다.
7. 과도하게 편안한 근무 문화: 야근 없고 재택근무가 보장되는 등 직원 친화적인 환경이 오히려 테슬라, 중국 스타트업과 경쟁해야 하는 절박함을 앗아갔다. 위기 상황에서도 개발 대신 ‘보고’를 두 배로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카리아드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을 미국 리비안(Rivian)과의 합작법인에 맡기는 방식으로 전환하며 사실상 자체 개발의 실패를 인정했다. 이 사례는 현대차가 앞으로 피해야 할 길을 보여주는 중요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3. 현대자동차의 미래 과제와 전망
송창현 사장의 퇴임 이후, 현대차는 자율주행 전략을 원점에서 재수립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는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3.1. 리더십의 역할과 비전 제시의 중요성
여러 전문가들은 지금 현대차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일론 머스크’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입을 모은다.
• 단일 목표 설정: 다양한 전문가에게 의존하며 방향성이 흔들리는 것을 멈추고, 회장과 같은 최고 결정권자가 “이것이 우리의 길이다”라고 명확하고 흔들리지 않는 단 하나의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 전사적 역량 집중: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구성원 모두가 논리적으로 비전을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3.2. 향후 가능한 전략적 선택지
현대차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 전략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독자 기술 개발 및 내재화:
◦ 접근법: 외부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과거 미쓰비시 엔진을 쓰다가 자체 엔진 개발에 성공했던 것처럼 리스크를 감수하고 독자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
◦ 세부 전략: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파고들어, 당장 FSD 수준이 아니더라도 ‘완벽한 자율 주차’와 같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특정 기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여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2. 해외 핵심 인력 영입 또는 기술 기업 인수(M&A):
◦ 접근법: 국내에는 E2E 자율주행 전문가가 전무한 현실을 인정하고, 해외에서 검증된 인재를 영입하는 방안.
◦ 세부 전략: 단순히 개인을 영입하는 수준을 넘어, 관련 기술을 보유한 팀 전체를 데려오거나 경쟁력 있는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3. 기술 라이선싱의 한계:
◦ 일각에서 제기되는 테슬라 FSD 라이선싱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FSD는 테슬라의 중앙 집중형 차량 플랫폼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소프트웨어만 분리해서 현대차에 이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뇌 이식’과 같아서, 플랫폼 전체를 바꾸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
결론적으로, 현대차는 보수적인 태도와 과거의 성공 방식이라는 ‘역사와 전통의 짐’을 내려놓고, 백지상태에서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여있다. 이번 리더십 교체를 계기로 어떤 방향성을 설정하고 얼마나 빠르게 실행에 옮기느냐가 향후 10년, 현대차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이다.